와스레란네요(忘れらんねえよ)가 뱁(VAP)에 돌아왔다! …라고 말해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데뷔 당시부터 와스레란네요의 곡을 듣고 라이브를 찾아왔던 팬들에게는, 밴드가 충동과 폭렬, 흥분의 나날을 보내며 수많은 명곡을 세상에 내놓았던 출발지로서 감회가 깊을 터다. 그런 사랑스러운 고향으로 귀환한 와스레란네요의 시바타 타카히로(柴田隆浩, Vo.Gt)는 결성 20주년이 되는 2028년에 일본 부도칸 라이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 2026년 3월 25일에 디지털 싱글 〈부족한가,(たりないか、)〉를 릴리스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금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가장 신경 쓰이는 목 상태부터 물어보았다.
최근에 만든 신곡은 ‘금지된 곡’
어떠신가요, 용종 수술을 받은 목의 회복 상태는?
이제 거의 다 나아서 일상 대화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다만 노래는 아직 재활 중이에요. 용종이라는 게 결국 피물집이잖아요. 제 건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연했고, 그 초기 단계랄까. 하지만 이 혹이 있는 상태로 계속 노래하고 얘기했으니까, 뇌는 거기에 맞춰서 근육 사용법을 최적화해 뒀던 거죠. 그걸 잘라내니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쓰면 성대나 여러 부분이 맞지 않더라고요. 말하는 건 재활로 완전히 되찾았는데, 노래는 높은 음의 울림이 아직 안 나와서요. 조금씩 나오기 시작해서 그걸 재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성대 자체는 완전히 나았고, 뇌를 교정하는 느낌에 가깝네요.
지금까지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대충 넘어가며 노래하던 시기도 있었나요?
아뇨, 사실 그렇게까지 용종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 안 했어요.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도 딱히, 뭐 어느 정도 결절(용종 전 단계)은 있지만 그게 목소리의 개성이니까요, 라는 식이었거든요. 그게 있음으로써 왜곡이 생기거나 배음이 나오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최근에 만든 신곡 키가 엄청나게 높아서 그걸 연습하다가 용종이 생겼습니다. (웃음) 그래서 그 신곡은 ‘금지된 곡’이에요. 중2병 같고 좋잖아요.
그 곡만 안 부르면 되겠네요. (웃음)
맞아요, 봉인된 금단의 곡. (웃음)
그나저나 오늘은 뱁의 회의실을 빌려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선은 “어서 오세요”라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렇죠. 뭐, “부도칸에서 라이브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에모이(エモい, 감성적인)한 전개가 되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릴리스도 에모이하고 ‘각이 잡힌’ 팀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치넨(知念, 제1기 뱁 시절 담당 A&R)에게 연락해서 술 한잔하며 얘기를 나눴는데, ‘이건 뱁 말고는 답이 없다’고 확신해서 뱁에 다시 한번 부탁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로서도 에모이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애초에 “닛폰부도칸에서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말은 별로 안 해왔던 이미지인데요.
말할 수 없었죠, 너무 두려워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여서요. 예전의 M스테(Mステ, 뮤직 스테이션)와 같은 위치랄까, ‘언젠가 할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이라는 느낌. 그리고 어 플러드 오브 서클(a flood of circle)이 부도칸을 하겠다고 선언한 걸 보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에이, 무리잖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점차, 그렇게 비웃고 있는 놈이 제일 꼴사납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각오를 다지고 망신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남자가 어떻게 봐도 멋있잖아, 싶었죠. 그리고 또 하나,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 죽을 때 만에 하나 실패했더라도 ‘나, 부도칸 도전해 본 인생이었지’라고 생각하는 게 무조건 좋지 않겠나 싶어서요. 할아버지가 될 때쯤이면 만에 하나 관객이 안 찼더라도 어차피 잊어버렸을 테니까 (웃음), ‘어쨌든 저질렀다’는 기억밖에 안 남을 것 같거든요. 죽을 때 ‘부도칸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저지른 인생이 나을 테니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죠.
동경은 계속 품고 있었던 건가요?
있었죠, 당연히 있었죠. 한번은 우메츠 (타쿠야(梅津拓也) / Ba)가 밴드를 나갈 때 주변에서 부도칸 하자고 그랬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했으면 채웠을지도 몰라요.
그야 야온(野音, 히비야 야외음악당) 원맨을 성공시킨 뒤였으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그때는 도저히 제 자신이 부도칸에 걸맞은 밴드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요. 지금도 약간은 그렇지만요.
부도칸 콤플렉스 같은 마음도 있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하지만 부도칸에 가려면 정말 굵직한 곡이 한 곡쯤은 있는 게 좋달까. ‘이 곡을 가진 밴드라면 당연히 부도칸 가야지’ 싶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죠. 다만 그 부도칸을 하겠다고 선언한 작년 연말부터 행동거지나 삶의 방식을 되돌아봤어요. 저에게 멋없는 짓은 정말 하지 않기로 했죠. ‘하지 않을 일’을 잔뜩 정했어요. (팬들에게는) 아마 그중 몇 가지가 와닿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 않을 일’이란 어떤 건가요?
뭐랄까, 홍보용으로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거나,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 정도겠네요.
홍보 같은 건 스태프분이 올리는 형태로요.
그 스태프 포스트도 너무 과하게 부추기지 않고, 한 번 말했으면 끝내는 느낌으로요. 그리고 관객을 믿는 것, 네. 정말 정보만 제공하고 과하게 노출하지 않는 것도 무척 신경 쓰고 있어요. 이제 너무 많은 말을 얹지 않기로 했습니다.
충동적으로 SNS에 뭔가를 뱉어내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도 조심하시나요?
올리기 전에 잠깐 생각해요. ‘이거 진짜 올렸을 때 멋있는 말인가?’ 하고요. 질투 같은 것도 어떤 표현으로 승화된다면 괜찮지만, 정말 그냥 단순한 공격이거나 찌질한 짓이라면 ‘아니아니아니, 이거 안 올리는 게 낫겠다’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그건 “부도칸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명확하게 스스로 바꾸려 마음먹은 건가요?
그렇죠. 도핑 판다(DOPING PANDA)의 후루카와 (유타카, フルカワユタカ) 씨랑 요 몇 년 사이 술을 진짜 자주 마시게 됐는데, 후루카와 씨가 꽤 뜨거운 분이거든요. 후루카와 씨는 기본적으로 진실밖에 못 말하고 독설에 입도 험하지만, 부도칸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응원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다만 “너 자신을 잃지 마라”라고. “관객 모으고 싶다든가 불안하다고 멋없는 짓은 절대 하지 마. 다 지켜보고 있으니까”라면서. “오기로라도 폼 잡고 히어로를 연기해라”라고 말씀해 주셨죠. 계속 멋진 척하라고요. 그걸 무척 의식하고 있어요. 이 2년 동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에 가까워졌으면 해요.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쁠수록 좋다”
그 점은 신곡 〈부족한가,〉의 ‘괜히 장난치지 않고 성실한 문장들을 늘어놓은 가사’에서도 묻어나는 듯합니다. 그동안 장난쳐 온 역사가 있으면서도, 돌아온 와스레란네요는 제1기 뱁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곡을 들으며 느꼈는데요.
글쎄요, 어떠려나요. 다음 곡은 엄청 장난치고 있거든요. (웃음)
아, 그런가요. (웃음) 완급 조절이 있는 거군요.
네, 그때그때 든 생각에 따르는 느낌이죠.
그야말로 〈아이 러브 유(アイラブ言う)〉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나여 닿아라(俺よ届け)〉 근처부터는 그저 삐져서 징징대기만 하던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부족한가,〉에서는 심지어 말수도 극도로 줄인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 부분은 시바타 씨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그렇게 의식적이진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신경 쓰고 있는 건 ‘일반 사회에서는 입 밖으로 내선 안 될 말일수록 좋겠지’라는 점이에요. 이 곡도 그렇게 화려한 말을 하진 않지만, “알아채 달라고 나를 좋아한다는 걸” 같은 건 초특급으로 기분 나쁘잖아요. ‘뭐래?’ 싶을 텐데, 근데 나 진짜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싶어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좋은 말만 늘어놓지 않으려고 엄청 신경 쓰긴 합니다. 그 순간 진짜 재미없어지니까요. 이 곡의 가사는 비교적 스트레이트한 편이지만, 예술이란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소릴 한다고?’라거나, ‘이 단어 다음에 설마 이게 온다고?’ 같은 거요. 멜로디나 리듬도 그렇다고 봐요. 뇌는 ‘어?!’ 하고 배신당했을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진실을 ‘기분 나쁘더라도 뱉는다’는 건 엄청 의식하고 있어요. 〈아이 러브 유〉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쁠수록 좋다’ 같은 느낌. (웃음) 질러버리는 편이 스스로도 속이 시원하고 듣는 사람도 재밌고, ‘이걸 말했어!’ 싶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에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건 좀 말하지 말자’ 하고 걸러내던 것도 꽤 있었나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僕にできることはないかな)》(2017년 4th 앨범) 같은 걸 만들 때는 ‘이건 관두자’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다 말해버려’라는 느낌입니다. 다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이렇게 존재하고 싶다’는 이상적인 모습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상적인 모습이란?
‘이런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거요. 원래 나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야, 우리 보고 비웃으면 죽인다” 같은 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가사로 질러버리는 거죠. “당신, 나 좋아하잖아”라고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광인이 되고 싶달까, 그런 사람이 역시 전 멋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관객들도 어차피 밀어줄 거라면 그런 녀석의 등을 밀어주고 싶을 테니까요. 후루카와 씨가 해준 “폼 잡아라”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데, 내가 멋지다거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적어도 가사 안에서만큼은 실현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뱉는 게 아니라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영역까지 발을 들이미는 거죠.
“알아채 주시겠어요”가 아니라 “알아채 달라고 알아채 달라고”라는 건 그야말로 이쪽의 일방적인 욕망이네요.
아뇨, 오히려 ‘이제 좀 알아차리시지’라는 뜻이라 욕망이 아닙니다. ‘당신은 이미 날 좋아하고 있으니까, 그 심층심리의 마음을 얼른 깨달아라’라는 소리예요.
그것 참 기분 나쁘네요. (웃음)
기분 나쁘죠. (웃음) 기분 나쁜 거예요. 맞아요, 그렇다니까요. 하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 러브 유〉도 직설적인 듯하면서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노래하잖아요.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하면 좋을 텐데.
그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당시에. 그래도 역시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는 뜻이었거든요. 선을 넘었다기보다 상대를 공갈 협박하는 수준이죠. (웃음)
그런 곡을 쓸 때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물론이죠, 전부 있습니다. 공상이 아니에요. 〈부족한가,〉도 그래요. 다만 쓰고 보니까 부도칸을 향한 러브송으로도 해석되겠다 싶더라고요.
〈부족한가,〉라는 말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역시 지금의 나로서는 이만큼 외쳐도 아직 전달되지 않는 건가, 같은 마음일까요.
맞아요 맞아요, ‘아직도. 부족하냐?’ 같은 느낌. 잘 모르겠네 같은 상태요.
그건 연애 문제와는 별개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와스레란네요가 세상에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는 섭섭함도 있는 게 아닐까요.
통하는 면이 있죠, 전부. 내 인생은 늘 이렇구나 싶어요. 계속 “아직 모자라니까 뭘 더 해야 하지” 하는 느낌. 계속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 같아서 ‘그럼 이걸 해서 스탯을 올리자’라거나 ‘이런 실적을 따내면 되려나’ 하며 계속 달리고 있거든요. 늘 결핍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어요.
그게 채워지는 순간은 없나요?
성취했을 때는 반짝 들지만, 어차피 또 사라져서 ‘역시 모자랐던 건가’ 하고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니까요. 밴드 활동에 있어서는 단 한 순간도 만족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프 다이버시티(Zepp DiverCity)도 매번 매진 직전에 멈춰서 ‘왜 솔드아웃 안 되지?’ 싶고. 딱 30장 부족하다거나, 매번 그래요.
아주 조금 모자란 듯한 기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죠.
‘망할!’이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절대 안 그만둘 것 같아요
다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시바타 씨는 솔직한 단어와 솔직한 목소리로 작품을 만들어 가고 계시단 말이죠. 냉소적인 단어나 뒤틀린 표현이 횡행하는 요즘 세상에서, 거기에 대항하는 안티테제 같은 것을 멋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애초에 시바타 씨는 자신만의 표현으로 솔직하게 해왔지만, 그런 면모가 〈아이 러브 유〉나 〈부족한가,〉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듣고 보니 ‘솔직함’은 좋은 표현이네요. 트위터 같은 걸 보고 있으면 얼마 전 선거 때 일 같은 건 진짜 눈 뜨고 못 봐주겠더라고요. 왜 그렇게 다들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지. 가령 의견 A에 찬성하는 놈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대가리다, 라는 식의 조롱이요.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를 너무나 얕잡아보는 짓이잖아요. 참 보기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SNS를 통해 발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안타까움이랄까 진레마는 없나요?
아뇨, 그래도 SNS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적이긴 하니까요. 그런 싸움들을 보면 피곤하다 싶으면서도, 지금 시대는 거대한 권력의 도움을 빌리지 않아도 어찌저찌 부도칸을 채울 수 있기도 하잖아요. 좋은 음악과 SNS만 있다면 굳이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그 점은 참 좋다고 봐요.
SNS도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시바타 씨 내면에서 부도칸까지의 로드맵은 어떻게 그리고 계시나요?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가면서 다들 텐션을 끌어올리고 싶어요. 다 함께 클리어해 나가는, 관객들도 같이 동참해서 꿈을 이루는 거죠. 선언할 때도 말했지만 밴드 힘만으로 하겠다고 해봤자, 국민적 히트곡이 아직 없는 이상 절대 못 채우니까, 나처럼 혼자 살아온 놈들을 이끌고 달성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이쪽이 리스크를 짊어지거나 노력을 해서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하는 셈이죠.
와스레란네요는 꽤 유명한 곡, 이른바 히트곡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 부도칸을 채울 만큼의 대형 히트곡은 없어요. 〈아이 러브 유〉는 그렇게 될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진 곡이라 보지만, 아직 히트곡이라 부를 영역에는 닿지 못했죠. 그러니까 과거 곡도 얼마든지 우려먹을 거고, 신곡도 계속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곡이 완성되었을 때는 충족감이 들지 않나요.
그렇죠, ‘또 끝내주는 거 만들었네’ 싶죠. 근데 ‘왜, 왜, 왜 저 밴드보다 재생수가 안 나오지? 무조건 우리 게 좋은데’ 싶어지는 거예요.
그 타이밍에 〈부족한가,〉를 만드셨군요.
네, ‘또냐’ 싶으면서도, ‘뭐 그래도 해야지’ 하는 거죠.
그걸 지속해 오면서 ‘나 이제 음악 때려치울래’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아뇨, 그건 없어요. 아마 모든 밴드맨이 그렇지 않을까요. 다들 매번 그렇게 생각할걸요. ‘망할, 왜 안 풀려’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 그만두는 거겠죠. ‘망할!’이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절대 안 그만둘 것 같아요.
곡이 나오고 라이브에서 눈앞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할 때는, 충족되는 기분이 그 현장에는 존재하는 거죠?
그렇죠, 네.
부도칸 라이브가 실현되고 매진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거 요즘 자주 생각해요. 모든 게 잘 풀려서 기적을 일으키고 매진된 부도칸 다음 날,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보니까 아마 한 일주일이면 바로 잊어버릴 것 같아요. 그 뒤로 평생 행복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또 무언가로 고민하고, 재미없다 느끼고, 싫은 일이 터지거나 하겠죠. 결코 골인 지점이 아니겠구나 싶어요. 아마 제가 처음으로 시부야 클럽 콰트로(渋谷CLUB QUATTRO)를 매진시켰을 때랑 똑같을 거라는 직감이 들어요. 그때도 ‘말도 안 돼!’라며 감격했지만, 머지않아 다음 목표가 생겼고, 15년 내내 ‘나 콰트로 매진시킨 몸이라고’ 하면서 만족하며 살 순 없잖아요. (웃음) 그 규모가 바뀌었을 뿐, 결국 똑같은 과정을 밟게 되겠죠. 젖어 있을 수 있는 건 고작 2~3일 아닐까요. 2~3일 동안 ‘나 세계 최강!’ 하다가 서서히 ‘아니, 딱히 그렇진 않네…’ 싶어질 거예요. 그렇게 될 겁니다.
이번에 뱁으로 복귀한 것이나, 〈아이 러브 유〉가 역주행한 것, 신곡 〈부족한가,〉를 계기로 알게 됨으로써, 예전에 라이브에 오던 사람들이 “와스레란네요가 부도칸을 목표로 선언했구나”라며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그런 면이 있죠. 부도칸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기가 바뀌었어요. 이번 투어 【츠레덴 2026 봄 「부도칸 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는 3개 지역 모두 솔드아웃, 그것도 거의 즉시 매진이라 관객 수가 늘고 있어요, 심플하게요.
마침 그 타이밍에 만화 《평범한 경음부(ふつうの軽音部)》 제96화에 〈아이 러브 유〉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죠.
이건 진짜 러키, 찐러키입니다. 《평범한 경음부》는 전부터 읽고 있었어요. 처음엔 재밌게 봤는데, 친구 밴드나 아는 밴드들이 자주 등장하니까 점차 마음 편히 못 보겠더라고요, 배 아파서. (웃음) ‘왜 내 밴드는 안 실어 주는데?!’ 하고 쓰레기 같은 불평을 늘어놓았었죠. (웃음) 그랬더니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써 주셔가지고.
MV에도 새로운 댓글이 잔뜩 달리고 있더군요.
그쵸? 야, 역시 대단해요. 다만 그 〈아이 러브 유〉 MV는 전반부 1분 동안 아이돌 팬분들의 인터뷰가 나와요. 초반에 곡이 통 안 시작하니까 다들 거기서 이탈해 버렸거든요. 요즘 시대에 그런 MV는 치명상이에요. 하지만 그 기묘할 정도로 길었던 전반부가 있었기에, 원작자인 쿠와하리(クワハリ) 선생님이 〈아이 러브 유〉를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주인공이 고백할 때 부르는 노래라니 최고의 자리잖아요? 발매하고 3년 뒤에 그렇게 쓰이다니. 뭐랄까, ‘인간만사 새옹지마’랄까요.
왠지 되게 포장해서 말씀하시네요. (웃음) 확실히 2022년 9월에 나온 곡이니까요. 그걸 생각하면 과거의 명곡들이 이런 식으로 다시 조명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어요.
음,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부도칸을 향한 거대한 순풍이네요.
그리고 자신감이 샘솟았어요. ‘역시 나 좋은 곡 쓰고 있었구나’ 하고요. 세상에는 아직 덜 퍼졌었지만, 관객들 마음속에는 정말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되어 온 곡이었던 거죠. 〈아이 러브 유〉는 이제 진짜 대표곡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줄곧 애플 뮤직 맨 위는 〈나여 닿아라〉였는데, 지금은 〈아이 러브 유〉가 가장 많이 재생되고 있으니까요.
스포티파이에서는 그 두 곡이랑 3위에 〈야간 비행(夜間飛行)〉이 와 있네요.
그건 (타이업된) 《더 파이팅 라이징(はじめの一歩 Rising)》의 영향으로 해외 분들도 들어주시는 덕분인 것 같아요. 뭐 지금은 좀 내려앉았지만, 스포티파이도 월간 리스너 수가 12만 명이 되기도 했고요. 봤냐, 이 자식들아 꼴 좋다! …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런 날 선 마인드를 잊지 않고 뱁으로 돌아와 주셔서.
뱁이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단호)
팬분들에게 지금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뭐랄까 안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걱정 마시라”고. 재미 없는 전개는 안 만들 테니까요. 여기서부터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 쪽으로 구르든 엄청나게 흥미진진할 테니 기대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루한 소리는 안 할 거고 멋없는 짓도 안 할 테니까. 그리고 〈부족한가,〉는 용종 수술도 있었던 만큼, 지금 응원해 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소중한 ‘복귀곡’이 되어 준다면 기쁘겠습니다.
부도칸을 향해 피트인 한 번 거치고 다시 트랙으로 복귀한 느낌이네요.
맞아요, 맞아요. 그 대망의 첫 재활 곡이랄까. 저 마지막의 “라라라라라라” 부분에서 부도칸의 광경이 눈에 선하거든요. 부도칸에서 “라라라라라라”를 다 함께 떼창하면 진짜 에모이하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잊을 수가 없어(忘れらんねえよ)〉 대합창이 기다리고 있겠죠?
네, 해피하게요. 부도칸에서도 동정들에게 노래시킬 겁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