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ガールズバンドクライ, 이하 걸크라)》의 키 퍼슨에 대한 롱 인터뷰 기획. 지난달 공개한 하나다 줏키(花田十輝)에 이어 이번에는 시리즈 디렉터 사카이 카즈오(酒井和男)에게 풀 3D CG 작품으로서 야심 찬 내용이 된 본작의 제작 뒷이야기를 묻는다. 첫 회는 기획의 시작부터 영상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기까지의 분투에 대해. 또한, 취재에는 프로듀서 히라야마 타다시(平山理志)도 동석하여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그려내고 싶다
히라야마 프로듀서로부터 기획 타진이 있었을 때, 먼저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요?
사카이 현재의 ‘시대성’을 포함해, 하나의 ‘사물을 보는 방식’ 같은 것을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 점에 대해 애니메이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히라야마 씨에게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그 테마에 맞춰 (시리즈 구성인) 하나다 (줏키) 씨도 참여한 세 명이서 브레인스토밍을 해나가기로 한… 그런 느낌이었죠.
히라야마 프로듀서는 다른 취재에서 “2022년 도쿄 올림픽 이후에 방송될 예정이라 세상이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히라야마 씨, 하나다 씨와 함께했던 전작(《러브 라이브! 선샤인!!(ラブライブ!サンシャイン!!)》)보다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기획을 진행해 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기획을 짜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판타지물이 유행하거나 현대물이라 하더라도 지면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듯한 스토리가 선호되는 풍조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기획에서는 조금 더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인간의 핵심을 파고드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사카이 씨의 작가적 기반은 ‘지면에서 몇 센티미터 떠 있는’ 듯한 작품과 《걸크라》처럼 땅에 발을 붙인 작품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기본적으로 기획에 대한 호불호는 전혀 없습니다. 판타지든 ‘지면에서 떠 있는’ 듯한 현대극이든 감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성으로 승부하는 타입이 아니라 직업적인 연출가 타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들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저만의 개성은 분명히 있겠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그려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아이는 커피를 싫어한다’라는 설정이 있다고 칩시다. 그것이 ‘싫어했지만 마실 수 있게 되었다’라거나 ‘이때만큼은 마실 수 있었다’ 같은, 변화나 어느 순간의 의외의 행동에서 캐릭터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컨대,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각자에게 인생이 제대로 있고,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때라도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싶어요. 그 부분은 히라야마 씨도 마찬가지라서 예전부터 죽이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캐릭터가 어떤 장소에 서서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을 하는가. 그런 것들의 축적을 통해 하나의 인생을 작품 속에서 보는 것을 저는 좋아하고, 연출로서도 그런 것을 그리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D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
기획의 내용을 굳혀가는 과정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테마는 바뀌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걸크라》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다른 이야기로 불려 갔었습니다. 풀 3D로 한다는 것만 결정되어 있었고, 그 부분은 절대 굽히지 않기로 정한 상태에서 반년 정도 다른 기획이 돌아가고 있었죠. 하지만 결론은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애초의 의도와는 역시 다르지 않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체될 뻔한 시점에 하나다 씨로부터 ‘상경하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밴드물’이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저와 히라야마 씨가 망설였습니다.
왜 그러셨나요?
처음에 구상했던 이야기는 VR과 관련된 설정이 있는 등 SF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 요소는 3D로 만드는 데 있어 강점이 되잖아요. 그런데 ‘밴드물’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져서 ‘연기’와 ‘드라마’를 해야만 합니다. 3D로 드라마가 가능한가. 이것이 하나다 씨의 제안이 있었을 때 제 목전에 들이닥친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로봇을 타거나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기획과, 땅에 발을 붙이고 캐릭터가 울고 웃으며 라이브를 하고 음악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획은 요구되는 것이 다릅니다.
3D CG로 제작하는 이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풀 3D로 한다는 것만큼은 기획의 전제로서 바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도전이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이 기뻐할 만한 것이 될지 미지수였거든요. 하지만 결국 히라야마 씨가 “해본 적 없고 본 적 없는 것이기에 오히려 재미있지 않겠느냐”며 승인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좋은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각본을 다듬을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계속 고쳐나가는 중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고, 지금의 형태로 안착했다는 인상입니다. 이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3D의 강점이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3D로 드라마가 가능한가’라는 점에 대해 조금 더 들려주세요. 2D 손그림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3D CG로 드라마를 그릴 때는 어떤 점이 장벽이 되나요?
3D로 작업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자 제 안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던 부분은 ‘움직임’입니다. 《걸크라》에서는 화면은 풀 3D, ‘움직임’은 풀 애니메이션(풀 프레임)이라는 형식에 도전했는데, 이는 그동안 여러 풀 3D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장르나 이야기 내용과 상관없이 ‘볼 수 있는 작품’과 ‘차마 못 보겠는 작품’의 차이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궁금하네요.
제 안에서 풀 3D 작품은 오랫동안 계속 봐도 괜찮은 작품과 10분도 견디지 못하는 작품으로 나뉘는데, 처음에는 그 차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나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는 도중에 화면에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제대로 볼 수 있죠. 그렇지 않은 작품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고요.
《걸크라》에서도 작화 파트에 참여하고 계시지만, 사카이 씨 스스로가 애초에 셀(손그림) 애니메이터로서 커리어를 쌓아오셨으니 ‘움직임’의 감각에는 예민하시겠군요. 어떻게 차이를 분석하셨나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차마 못 보겠는 작품’은 조금 불쾌하거나 지나치게 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걸크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거기까지 깨달아도 해결책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제작을 마친 지금도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수수께끼인 부분이 많지만, 가장 컸던 것은 역시 ‘움직임’. 그리고 ‘질감’입니다. 둘 다 어떤 의미에서는 풀 3D가 가장 잘하는 분야죠. 그것이 손그림 애니메이션에서 해온 것 같은 드라마를 그려내어 관객이 자연스럽게 보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족쇄가 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질감이 너무 좋거나 움직임이 지나치게 매끄러운 것이 거꾸로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게 아닐까. 가장 큰 강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기분이었습니다. (웃음) 결국은 어쨌든 우선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었죠.
처음에 만든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실험적으로 하나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제작한 것이 〈이름 없는 모든 것(名もなき何もかも)〉의 MV였습니다. 우선 이 MV에서는 전체 블로킹(캐릭터 모델을 사용하여 키 포지션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을 만들고, 거기서 움직임 사이를 제대로 렌더링하는 기존의 풀 3D 제작 흐름으로 일단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동시 진행은 아니었지만, 또 한 편을 와쿠모토 토모타카(涌元トモタカ) 씨에게 디렉터를 맡겨서 다른 접근 방식의 영상도 만들어 두고 이 두 라인으로 먼저 관객들에게 물어보자고 했죠. 두 가지 다른 접근 방식의 작품을 보여드리고, 그중에서 호평을 받은 부분과 조금 거부감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려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뭔가 엄청나게 새롭고 획기적인 영상을 만들려 했다기보다는, 지금 세상에서 평범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3D CG 작품의 ‘움직임’ 중에서 무엇이 폭넓게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무엇이 싫어하게 되는지를 검증했던 형태가 됩니다.
MV를 일종의 파일럿 필름 같은 것으로 삼으셨군요?
아, 맞습니다. 그것에 가까운 발상입니다.
3D 스태프에게는 “어쨌든 귀엽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3D CG에 대한 우려 외에, 본편 실무 단계에 들어가면서 현장에 낸 요청 사항이 있었나요?
어쨌든 3D 현장 사람들에게는 “귀엽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귀엽지 않으면 봐주지 않는다”라는 것을 반복해서 전달했죠. 그 점에서는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세키 노리아키(関祖輝) 씨, 나카무라 유키에(中村有希恵) 씨, 타케나카 유키(竹中佑城) 씨나 CG 디렉터 정재훈(鄭載薫) 씨, 오소네 유스케(大曽根悠介) 씨를 필두로 모든 분이 특히 페이스(표정) CG를 각 3D 애니메이터분들과 조율하며 애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제 콘티가 꽤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것에 열심히 대응해 주셨습니다. ‘귀여움’뿐만 아니라 ‘표정이 움직인다’는 것도 제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라, 그 부분을 3D로 확실히 재현해 주신 것도 컸습니다. 이건 요청을 했다기보다는 콘티에 그려져 있던 것을 충실히 재현해주신 결과 그렇게 된 느낌이네요.
표정은 대량의 에셋(템플릿)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설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가요?
아닙니다. 원형 모델을 모두가 힘으로 변형시켜서 컷 단위로 그때뿐인 모델을 대량으로 만들었습니다. 제1화의 눈이 점이 되는 표정도 그때뿐입니다. 콘티에 그려두었더니 그 장면을 담당했던 CG 애니메이터 야마구치 요헤이(山口洋平) 씨가 “사카이 씨, 만들었습니다!” 하고 보여주더군요. 그런 식으로 어떤 표현에도 거의 재현성이 없습니다. 각 화수 각각의 3D 애니메이터분들에 의한 하나뿐인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웃음) 표정에 관해서는 목소리 연기가 들어온 뒤에 그것에 맞춰 수정한 것도 있습니다.
《러브 라이브! 선샤인!!》에서도 했던 기법인가요?
그렇죠. 수작업이라면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지만, 본래 3D로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죠… (웃음)
사카이 씨처럼 3D CG에 익숙한 연출가라면 콘티를 짤 때 “이런 표현은 3D CG가 잘 못 하니까 피해 두자”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하셨다는 뜻인가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거기에 플러스로 현장의 3D 프로듀서와 “이런 것은 가능한가?” 하고 논의를 하면서 콘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물론 논의 결과 기술적인 판단으로 덜어낸 컷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3D라면 수작업보다 하기 쉽다는 이유로 늘어난 컷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작화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판단은 하기 때문에, 적어도 제 의식으로는 일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3D라고 생각해서 조금 신이 나 여러 가지를 만든 부분도 있는데… 제1화 초반의 신칸센 장면이라든가. 그건 CG라고는 해도 힘들었을 겁니다.
카메라가 신칸센 내부를 슥 움직이며 니나에게 다가가는 장면이군요. 작화로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컷인데, CG로도 무거운 컷이었나요.
그리고 제2화 초반(니나의 완전 주관 쇼트)이라든가. 그건 정말 3D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화로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힘들기도 하고, 인상이 많이 다를 거라 봐요. 그런 컷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역시나 그 정도 분량이 되더군요. (웃음) 하지만 적은 부분이라도 그런 컷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에 풀 3D 작품을 처음 해보면서 얻은 수확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참고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3D CG 팀은 《프리큐어(プリキュア)》 시리즈에 주로 종사해온 스태프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스태프… 등 참여 작품의 흐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번 작품은 어떤 분들이 모였나요?
히라야마 이건 제가 말씀드릴까요. 어쩌면 현장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작품에는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재직 중인 CG 애니메이터 거의 전원이 참여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에는 여러 CG 작품이 있었습니다만, 그 모든 제작 라인에서 모여주신 총력전 성격의 멤버들입니다.
사카이 회의를 할 때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 때는…”, “《프리큐어》 때는 이렇게 했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종종 나왔습니다. 타 작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도 있어서, 타 작품에서의 경험치를 살려주신 부분도 당연히 있습니다.
사카이 카즈오 (酒井和男)
1972년생. 구마모토현 출신. 애니메이터를 거쳐 연출가가 되었으며, 2007년에 《무시우타(ムシウタ)》로 첫 감독을 맡았다. 주요 참여 작품으로 《러브 라이브! 선샤인!!》(감독), 《기동전사 건담 AGE(機動戦士ガンダムAGE)》(조감독),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ドラゴンボール超 スーパーヒーロー)》(그림 콘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