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분기를 석권한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ガールズバンドクライ)》. 그 매력을 파헤치는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花田十輝) 인터뷰의 최종회. 마지막으로는 토게나시 토게아리의 ‘틀리지 않은’ 존재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스바루가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은 일부러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다
SNS에 각본 집필 중에 ‘예상 밖이었던 일’이 있었다고 쓰셨는데, 그게 히나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하나다 아니요, 그건 제1회에서 말씀드린 ‘니나를 설득하는 데 5화나 걸려버린 것’과 방송 후의 반응입니다. 생각보다 니나가 미움을 받지 않더라고요. 저는 훨씬 더 거부 반응이 일어날 줄 알았거든요. (웃음)
그런가요? 저는 제1화 시점에서 이미 니나를 무척 아끼게 되었는데요.
‘좋아한다’기보다는 ‘재미있어한다’는 느낌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감각이 들어서 의외였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마음이 넓다고 해야 할지, 다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으신 건지… (웃음)
아하하. 하나다 씨로서는 날이 서 있고 별난 캐릭터를 의도하셨던 건가요?
그런 마음이었기에, 제4화까지 루파 일행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키지 못하면 캐릭터물로서는 힘든 싸움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제2화에서 ‘귀여움 담당’인 스바루가 등장하죠. (웃음) 토모나 루파까지 포함해서 밸런스가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스바루에 관해서는 처음에 니나와 모모카 사이에 넣을 것을 고려했을 때, 처세술이 뛰어난 아이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워낙 서툴기 때문에 능숙한 아이가 있으면 서로 돋보일 것 같았죠. 그렇다고 그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으니 약간의 성격이 있는 아이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써 내려가면서 캐릭터가 스스로 성장했다는 인상이 강해요. 토모와 루파의 등장이 늦어진 만큼, 스바루를 제4화에서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니나, 모모카와의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매력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스바루의 ‘성격(ひと癖)’이 드러나는 부분인 할머니와의 관계성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스바루 역시 니나와는 다른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걸 그리려 했습니다. 다만 이런 아이는 고민을 해결하려고 움직이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예를 들어 제11화에서 할머니에게 메일을 보내는 장면 등도 일부러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후반부 스바루와 할머니의 대화를 묘사하는 방식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략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은 제가 지금까지 각본을 써오며 느꼈던 점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4화에서 그만큼 묘사했다면, 그다음은 굳이 그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거죠. 중요한 것은 거기서 배어 나오는 인간성이라고 봅니다. 현실에서도 친한 사람에 대해 ‘무슨 사정이 있나 보네’라고 짐작은 해도,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 ‘무언가 있다’는 점으로부터 보이는 성격이나 말들로 인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죠. 캐릭터 묘사도 그러면 족하고,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그편이 더 사랑받을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말씀을 들은 뒤라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모모카가 스바루를 어디서 밴드에 영입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설정이 따로 있나요?
그건 평범하게 인터넷 구인 공고를 통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1화 이후 모모카가 가와사키에 남기로 결심한 뒤 공고를 냈고, 니나가 입시 학원에 가 있는 동안 몇 번 만났겠지… 정도의 뉘앙스였죠. 서로 밴드 경험이 있으니 의외로 말이 척척 잘 통하지 않았을까요.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 상상했다
토모와 루파의 설정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루파는 “베이스는 역시 흉포해야 제맛이지”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런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토모는 ‘피아노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아이가 밴드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했고요. 성격 면에서 키보드는 ‘막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막내’인가요?
토게나시 토게아리 다섯 명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가족’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어요. 모모카가 아빠, 루파가 엄마, 장녀가 스바루, 장남이 니나입니다. 그리고 차녀가 토모죠. 아빠와 장남이 맨날 밥상을 뒤엎으며 싸우고 있으면 나머지 여자 셋이 “에휴, 못 말려~”라며 지켜보는 거예요. 엄마가 “그만해”라고 하면 그치지만, 장녀가 말리면 안 듣는 그런 느낌이죠. 그 균형 속에서 토모는 ‘어떻게 좀 해봐요’라고 생각하며 지켜보는, 가장 어린데 조금은 냉소적인 여자아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키보드와 베이스 콤비가 프로 지향적이고, 둘이서 공동생활을 하며 월세를 아끼면서 홈 레코딩 환경을 갖춘 점 등은 무척 현실적인 설정이었습니다.
홈 레코딩을 하는 분들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키보드 연주자가 홈 레코딩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쉬운 설정이라 묘사하기 편했죠. 디테일한 부분은 먼저 각본을 쓰고 의문점이 생기면 감수를 통해 수정받았습니다. 제3화나 제5화에서 베이스가 없는 상태로 셋이 노래할 때 어떻게 할지 같은 부분도 일단 쓰고 나서 조정했습니다.
실제 밴드 활동을 하는 분들의 반응도 큰데, 그런 리얼리티를 내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연주 표현에 관해서는 사카이 카즈오(酒井和男) 씨와 히라야마 타다시(平山理志) 씨를 비롯한 설정 담당 스태프분들의 디테일 캐치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정신성이나 곡 작업에 관해서는 취재를 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싸우는 방식이나 고민하는 게 결국 애니메이션 만드는 거랑 큰 차이가 없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웃음) 분명 이런 일이 있겠지, 이런 일도 일어나겠지… 하고 상상한 것들을 써서 부딪쳐 보았습니다. 가령 모모카가 회심의 곡을 썼는데 반응이 전혀 없다거나 하는 건 애니메이션에서도 흔한 일이잖아요. 정성을 들여 ‘이 복선은 완벽해!’라고 생각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일이 산더미 같으니까요. (웃음)
‘주인공들이 패배하는’ 결말에 망설임은 없었다
SNS에서 살짝 언급하셨는데, 각본에는 있었지만 콘티 단계에서 빠진 장면도 많나요?
네. 라이브가 들어가는 화는 어쩔 수 없이 많아지죠. 제8화도 그렇고, 가장 큰 건 제10화일 거예요. 각본상에서는 마지막에 아버지가 쫓아오지 않습니다. 현관을 나설 때 나뭇가지가 꺾여 있잖아요.
집에 들어올 때 니나의 옷에 걸렸던 그 나뭇가지군요.
각본에서는 꺾인 가지에 열쇠가 걸려 있습니다. 그 열쇠를 니나가 집어 들고 뭔가 말하러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대문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구마모토까지 루파가 차를 몰고 마중 나와 있는… 그런 엔딩이었죠. 저는 왠지 이 작품의 각 화가 ‘메데타시 메데타시(다행이다 다행이야)’로 끝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썼는데, 실제 연출은 사카이 감독님의 상냥함이 들어간 셈이죠. 저는 오히려 ‘이걸로 정말 니나에겐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는 하드보일드한 기분으로 썼거든요. 하지만 시청자분들에겐 그 상냥함이 울림을 주었기에 지금의 형태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도 니나 아버지의 “다녀오렴”은 무척 인상 깊은 장면이고요.
‘돌아갈 곳이 없어진’ 상태였다면 제13화의 결말은 더 가혹했겠네요. 소속사도 그만두고 다섯 명이서 다시 밴드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선택 말이죠.
소속사에 남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역시 ‘거짓말을 당했다’는 사실은 남잖아요. 그럼에도 미우라 씨가 다섯 명에게 사과했을 때 니나가 “왜 거짓말을 하세요!”라고 대들지 않은 것은 성장의 증거라고 봅니다. 미우라 씨의 행동이 옳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니까요. 배려를 가지고 대하는 사이라도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걸 니나가 어느 정도 받아들인 순간이라 생각하며 썼습니다. 다만 그 흐름에 휩쓸려도 좋은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저 다섯 명이고, 그렇게 보면 착지점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패배하는’ 결말에 망설임은 없었어요. 마지막은 대단원을 상상하셨던 시청자분들도 많았던 모양입니다만.
테마를 관철한다는 의미에서 정말 훌륭한 라스트였다고 느껴집니다.
오랫동안 각본을 써오며 느끼는 것인데, 결국 작품에 대한 평가는 5년, 10년이 지나야 나옵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인기를 끌지 고민하기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13화 전체를 통해 테마를 제대로 그려냈습니다. ‘나쁜 사람은 없지만 세상일은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야말로 인간성이 드러나는 법이다’라는 이야기를 확실히 해보았습니다. 거기에야말로 진정한 캐릭터성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0살이 넘은 니나의 모습도 그릴 수 있다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하나다 씨가 처음부터 품어온 ‘밴드물’에 대한 진심, 그리고 그리고 싶었던 것들을 끝까지 관철하셨나요?
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테마는 흔들림 없이 그려냈다고 봅니다. 캐릭터와 시청자를 다소 밀어내 버리는 저의 습관을 사카이 감독님이 잘 보완해 주신 덕도 큽니다. 제10화도 그렇고, 제13화에서 히나가 니나를 골려주며 “바보는 본다”라고 하는 장면 말이죠. 상황 자체는 제가 썼지만, 니나와 히나가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는 연출은 각본에 없었는데 아마 감독님이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아주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니나와 토게나시 토게아리는 어떤 밴드가 되어 갈까요?
니나는 여전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상해요!”라고 소리칠 것 같습니다. (웃음) 그리고 모모카와 투닥거리면서도 계속 밴드를 해나가겠죠. 저는 지금까지 계속 ‘졸업식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졸업식 그 이후를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늘 생각했어요. 《걸즈 밴드 크라이》에서는 그걸 조금 해낸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니나가 20살이 넘어 술을 마시는 모습까지 그리려고 하면 그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니까요. 저 자신에게 있어서도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풍경을 그리기 시작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지금은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다 줏키 (花田十輝)
1969년생. 미야기현 출신.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되기 위해 대학 재학 중 코야마 타카오(小山高生)를 사사했으며, 1992년 《천하무적 묵찌빠(ジャンケンマン)》 제46화 〈묵찌빠 마을의 보물을 찾아라!〉로 각본가 데뷔. 시리즈 구성을 담당한 주요 작품으로 《러브 라이브!(ラブライブ!)》,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 《우주보다 먼 곳(宇宙よりも遠い場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