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 밴드 크라이》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가 ‘밴드물’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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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즈 밴드 크라이》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가 ‘밴드물’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 ②

2024년 2분기의 충격작,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ガールズバンドクライ)》. 그 재미의 비밀을 파헤치는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花田十輝) 인터뷰 제2회는 주인공 이세리 니나의 키 퍼슨인 모모카, 그리고 히나와의 관계성을 깊게 파고든다.

“니나는 당신 그 자체더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번(제1회) 인터뷰에 이어서 여쭙겠습니다. 원래 새 멤버 두 명이 움직이기 시작할 예정이었던 제4화를 통째로 써서, 하나다 씨가 니나를 설득해야 했던 셈이군요.

하나다 제4화는 아와 스바루가 메인인 에피소드였지만, ‘이 녀석(니나)에게는 ‘네가 생각하는 게 전부 정답은 아니야’라고 깨닫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그 뒤인 제5화에서야 겨우 긍정적으로 변해줘서 ‘니나, 너 한 명 때문에 5화나 써버렸어…’라는 게 거기까지 다 썼을 때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저 스스로도 ‘멤버가 다 모이는 게 제6화라니 너무 늦어!’라고 셀프 태클을 걸었죠. (웃음)

이세리 니나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파격적이었군요. 쓴 사람조차 설득하기 힘들 정도라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요시노 히로유키(吉野弘幸) 씨와 제2~3화 정도 방송됐을 무렵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걸크라》 잘 보고 있어. 니나는 당신 그 자체더군”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웃음) 저는 전혀 그런 인식이 없었는데 말이죠. (웃음)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니나가 왜 그렇게 까다로운지 어렴풋이 이해가 갔습니다. ‘나랑 닮아서 그렇구나’ 하고요. (웃음)

아하하…

어떤 의미로는 이 작품을 쓰면서 끊임없이 제 자신과 대화를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녀석, 참 성가신 녀석이지만 질리지가 않네’라고 할까,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주인공이라 즐거운 감각이 아주 강했습니다. 특히 제2화를 썼을 때 그런 걸 느꼈고, 그다음 제3화에서 모모카가 라이브 직전에 말하는 “너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차피 후회할 거야”라는 대사. 그 대사를 썼을 때 ‘이 캐릭터는 이거다!’ 하고 감을 잡았고, 그 뒤의 스토리를 써 내려갈 추진력을 얻었습니다. 그런 경험도 있었기에 니나의 캐릭터성에 유독 집착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모카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그녀의 캐릭터는 어디서 탄생했나요?

모모카는 ‘주인공과 같은 정신성을 가졌지만, 주인공보다 앞서 걸어가며 먼저 좌절을 경험한 사람’을 주인공 앞에 두고 싶다는 의도로 설정한 캐릭터입니다. 니나가 보기에 현실을 아는 사람, 어른의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는 점을 쓸 때 항상 의식했습니다. 이것도 처음부터 이 작품에서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어요. ‘학교가 아닌 곳에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죠.

아, 학생과 사회인의 차이 말이군요.

그동안 계속 학교가 무대인 이야기만 써왔으니까요. 주인공이 학교에서 뛰쳐나옴으로써, 학교가 아닌 사회를 제대로 아는 사람과 처음으로 접촉한다… 그 지점을 니나와 모모카를 쓸 때 계속 의식했습니다. 개고(改稿)를 거듭하며 꽤 깎아냈지만, 모모카가 알바를 가거나 밥을 사주는 등 니나가 그 차이를 수시로 느끼는 순간들을 넣었어요. 그래서 니나가 ‘모모카 씨가 보기에 우리는 동료가 아니라 어린애로 보이는 거 아닐까?’라고 의식하며 ‘역시 어른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이런 이야기도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거기에도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군요.

다만 한편으로 모모카 자신 안에도 당연히 갈등이 있습니다. 좌절을 경험하고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라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해야 해’라고 발버둥 치는 갓 스무 살이 된 여자아이이기도 하죠… 그 점이 제8화에서 드러나는데, 그 전개도 각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상경 직후의 무적감이라고 할까 ‘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믿는 니나에 대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라며 계속 불안을 안고 있는 아이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더스트(다이더스)’라는 밴드가 있고 니나가 그들의 팬이었다는 설정은 순서상 나중에 만들어졌습니다.

제8화에서 니나가 모모카를 설득할 때의 ‘나를 핑계 삼지 마’라는 논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정한 시점에서 그런 대화가 나올 걸 예상하셨나요? 아니면 각본을 쓰면서 부풀려진 요소인가요?

각본을 쓸 때 ‘하코가키(ハコ書き, 각본의 장면별 요소와 전개를 정리한 것)’를 만들긴 하지만, 제 경우 대화는 미리 써버리면 절대 재미있게 안 나와요. 그래서 세세하게 정하지 않고 써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스토리적으로는 어쨌든 모모카에 대해 니나가 “내가 있으니까 그 초기 충동 그대로 가라고!”라며 몰아붙이는 형태로 만들기로는 정해두었습니다. “너 정말로 포기할 거야?”라고 들이대는 이야기로 만들자고 말이죠. 니나를 “귀엽네~”라며 대하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저돌적으로 다가오고, 가까워질수록 성가신… 그런 막연한 이미지였습니다. (웃음) 성가시다기보다, 자기 안에서 애매하게 숨기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든 들여다보려고 하는 느낌이죠.

‘악당을 물리치면 평화로워지는’ 이야기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럼 다이더스 멤버 3명과 모모카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모모카와 다이더스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어느 한쪽이 나쁘다는 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이더스는 다이더스대로 노력하고 있고, 모모카도 탈퇴했으니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하며, 저쪽도 모모카를 딱히 증오하지 않는 그런 관계요. 왜냐하면 니나의 시점에서는 ‘다이더스 3명은 나쁜 놈들이고, 모모카는 착한 사람인데 쫓겨났다’는 구도를 분명 상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잖아요.

그렇죠…

그걸 니나에게도 깨닫게 해주고 싶었고, 모모카로서도 양쪽 다 잘못이 없기에 오히려 마음의 정리가 안 되는 구도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작품을 ‘악당을 물리치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같은 이야기로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확고했어요. 니나는 왕따를 경험하기도 했고, 유독 ‘세상에는 나쁜 놈과 착한 놈이 있고, 나쁜 놈이 방해를 하니까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야’라는 어린아이 같은 감각을 갖기 쉽거든요. 그녀가 밴드 활동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가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큰 테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이더스뿐만 아니라 종반의 나카타 씨나 미우라 같은 다른 어른들도 그런 면을 강하게 의식하며 썼습니다.

밴드를 이야기할 때 상업주의적인 셀아웃 밴드와 그렇지 않은 DIY 정신의 인디 밴드를 이분법적으로 대비시키기 쉽지만, 밴드 문화에 깊이 들어갈수록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보이죠.

실제 밴드 해산도 대개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전해져 오잖아요. 정말로 “저 녀석이 나빠”라고 욕하며 헤어지기보다 훨씬 복잡한 인간관계로 해산하곤 하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쉬운 구도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밴드 영화 같은 걸 보면 흔히 어른의 상징 같은 비열한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가 나와서 “너희 음악성으론 안 팔려!” 같은 소리를 하잖아요. 전 그런 전개를 정말 하기 싫었어요. 볼 때마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면 세상 참 편하겠네…’라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그렇지 않으니까 성가신 거라는 걸 그리고 싶었고, 학교물이 아닌 작품을 하게 된 이상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고에서는 최종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히나

니나와 인연이 있는 히나가 다이더스에 가입했다는 전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이게 아마 가장 놀라운 부분일 텐데… 히나는 사실 초고 때는 최종회까지 아예 없었습니다.

세상에! 그건 정말 놀랍네요.

처음에는 ‘모모카의 노래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니나가 노력하는’ 이야기로 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다이더스도 나쁜 녀석들이 아니게 되니, 모모카와 다이더스 사이에 강력한 인연이 사라져서 니나의 동기부여가 애매해졌어요. ‘도대체 이 녀석은 무엇을 목적으로 앞으로 노래해야 하나?’ 싶어진 거죠. “나, 역시 노래가 좋아!” 같은 타입의 아이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니나의 매력이 사라지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확실한 적이 없으면 스토리를 진전시키기 어렵긴 하죠.

제11~12화 정도까지 썼을 무렵에 ‘역시 그냥 나쁜 프로듀서를 등장시켜서 걔를 무찌르는 이야기로 할까?’ 하는 구성도 생각했습니다. 히라야마 타다시(平山理志) 씨나 사카이 카즈오(酒井和男) 씨와도 상의해서 그런 각본을 한 번 써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출하자마자 아주 격렬하게 “이건 아니야!”라며 두 사람에게 거절당했습니다. (웃음) 거기까지 가서야 겨우 ‘니나에게는 니나만의 인연이 있었지’라고 떠올려 탄생시킨 게 히나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음 주에 바로 히라야마 씨와 사카이 씨에게 “죄송합니다. 제3화 정도까지 돌아가서 다시 써도 될까요?”라고 상담하고, 제3화부터 다시 썼습니다.

세상에…

다만 그래도 솔직히 처음에는 저 스스로도 ‘설마 다이더스의 보컬로 들어가 있는 건 너무 편의주의적인 설정 아닌가’ 싶었습니다. (웃음) 조금 더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지만, 제1화까지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그런 형태로 등장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니나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머리를 핑크색으로 바꾸는 등의 디테일은 스태프분들의 아이디어였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충격적이네요. 그러면서도 히나는 히나 나름의 심지가 굳은 캐릭터가 되었고요.

그 시점에서 각본상 모모카와 다이더스의 이야기나 니나와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히나라는 인물을 녹여내기는 더 쉬웠습니다. 이미 완성된 스토리에 나중에 히나를 흘려 넣듯이 쓸 수 있었죠. 다 쓰고 났을 때는 생각보다 좋은 캐릭터가 되어서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하나다 줏키 (花田十輝)

1969년생. 미야기현 출신.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되기 위해 대학 재학 중 코야마 타카오(小山高生)를 사사했으며, 1992년 《천하무적 묵찌빠(ジャンケンマン)》 제46화 〈묵찌빠 마을의 보물을 찾아라!〉로 각본가 데뷔. 시리즈 구성을 담당한 주요 작품으로 《러브 라이브!(ラブライブ!)》,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 《우주보다 먼 곳(宇宙よりも遠い場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