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 밴드 크라이》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가 ‘밴드물’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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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즈 밴드 크라이》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가 ‘밴드물’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 ①

분노도 기쁨도 슬픔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밴드 애니메이션으로서 2024년 2분기에 선풍을 일으킨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ガールズバンドクライ)》. 그 창작의 비밀을 파헤치는 인터뷰 기획 제1탄의 주인공은 시리즈 구성을 맡은 하나다 줏키(花田十輝). 그가 ‘밴드물’에 담은 뜨거운 진심이란?

‘토게토게’에는 기획이 시작될 무렵의 내 모습이 투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경위부터 말씀해 주세요.

하나다 원래는 히라야마 타다시(平山理志, 프로듀서) 씨가 선라이즈(サンライズ)에 계실 때, 시리즈 디렉터인 사카이 카즈오(酒井和男) 씨와 셋이서 풀 3D CG 작품 기획을 맨바닥에서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히라야마 씨가 토에이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면서 그 기획은 일단 백지화됐죠. 그러다 토에이에서 새로운 기획을 다시 만들게 됐는데, 히라야마 씨가 “스테이지에서 전개할 수 있는 심야 애니메이션 기획으로 해달라” 같은 말을 꺼내는 겁니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죠. (웃음) 그때까지 비슷한 색채의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에,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기획이 시작될 당시에 저는 계속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어요. (웃음)

음… (웃음)

그런 경위가 있어서 “음악물을 하고 싶다면 ‘밴드물’이라면 해도 좋다”라고 제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제안은 통과됐지만, 히라야마 씨가 “‘악기를 들고 있지 않은 밴드’라고 내세우는 그룹도 있는데 이런 건 어떠냐”, “밴드 멤버에게 메이드 복장을 입히는 건 어떠냐” 같은 이야기를 꺼내서 그 후로도 저는 상당히 짜증이 나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사카이 씨가 ‘토게토게(トゲトゲ, 가시 돋친)’라는 단어를 떠올린 건, 그때의 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매번 회의를 할 때마다 가시(토게)가 돋는 이야기만 들었으니까요. (웃음)

아하하. ‘밴드물’을 제안하신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나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애니메이션의 ‘밴드물’에서 그려지는 내용이 사실상 ‘아이돌물’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본래 의미의 ‘밴드물’을 목표로 한다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강하게 밀어붙이며 써 내려간 것이 초기 흐름이었습니다.

작품과는 조금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하나다 씨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밴드와 어떤 연관이 있었나요?

원래 일본 록(邦楽ロック)을 정말 좋아해서 라이브 하우스에도 자주 다녔어요. 그리고 그런 류의 영화나 소설도 좋아합니다. 《구미, 초콜릿, 파인(グミ・チョコレート・パイン)》이나 《청춘, 덴데케데케데케~(青春デンデケデケデケ)》 같은 작품들이요. 그런 것들을 접해왔기에 “‘밴드물’이란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고, 언젠가 저도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히라야마 씨와 사카이 씨에게 ‘아이돌물’과 ‘밴드물’은 근본적으로 그리는 테마나 스토리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걸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조율에는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네요.

제5화의 논의를 통해 비로소 방향성이 확고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밴드물 기획이 현재의 스토리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인가요? 히라야마 프로듀서는 “제1화 각본 초고를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취재에서 자주 하시던데요.

초기에는 아무래도 제가 이미지했던 ‘밴드물’의 뉘앙스가 통하지 않아서 꽤 분규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그냥 구체적으로 써서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다음 회의 때 다짜고짜 제1화 각본을 써서 가져갔을 거예요. 히라야마 씨가 “놀랐다”고 하신 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셨기 때문일 겁니다. (웃음)

아니요, 내용에도 놀라신 것 같던데요. (웃음) 어쨌든 그때부터는 초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나요?

그 뒤로 쭉 써 내려갔지만, ‘이제 마음을 굳혔다’고 느낀 건 제5화였어요. 의상을 어떻게 할지 논의할 때, 역시 또 메이드복 같은 느낌이나 아이돌물 기획에 가까운 의견들이 나왔거든요. 그때 제가 “아니, 걸즈 밴드는 아마추어니까 챗몬치(チャットモンチー)나 시샤모(SHISHAMO)처럼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아니, 그러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볼거리가…”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거기서 또 의견이 대립했는데, 제가 각본에 가슴팍에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히고 “이게 아니면 싫다!”고 밀어붙였습니다. (웃음) 이 작품은 아이돌물로 만들지 않겠다는 저의 최후통첩이었죠.

화제가 된 ‘등교 거부(不登校)’, ‘탈퇴(脱退)’, ‘거짓말쟁이(嘘つき)’ 티셔츠 말이군요.

그걸 다들 “알았다, 그렇게 가자”라고 받아들여 주었을 때, 제 안에서는 비로소 ‘정리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의상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밴드물이라고 해도 좀 더 밝은 화풍이나 소녀들이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이미지가 막연히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제5화 회의 이후 ‘이제 이 방향으로 가는 거다’라고 제 안에서도 각오가 섰고, 현장도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그전까지는 꽤나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지금 말씀대로라면, 처음에 시리즈 구성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나서 각본 집필에 들어간 게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그렇게 초고를 계속 써 내려가다가 막히면 다시 돌아가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주보다 먼 곳(宇宙よりも遠い場所)》 때도 그랬고요. 얼마 전 지인 작가분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대략적인 전개는 정해두지만, 역시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시행착오 속에서 글을 쓰며 어디까지 깊게 파고들 수 있을지 탐색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니나는 원래 캐릭터 소개문 그대로의 소녀였다

각각의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아마 주인공인 이세리 니나가 가장 먼저 태어났을 것 같은데, ‘상경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아이디어도 하나다 씨의 제안이었다고 하더군요.

주인공이 상경하는 시추에이션은 사실 전부터 계속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다른 오리지널 작품에서도 제안한 적이 있는데, 감독님의 OK가 나지 않아서 실현되지 못했죠. 그렇다면 이번 기획에서 해보자고 생각한 게 계기였습니다. 그 시점에서 제 머릿속에는 ‘상경물’ 하면 떠오르는 전개… 제2화 정도에서 그려진 내용의 이미지는 있었어요. 거기에 더해, 막연하게나마 밴드물에서 상경하는 주인공은 억눌려 있으면서도 무언가 폭발할 만한 것을 품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니나의 캐릭터 토대가 만들어졌고, 상경물로서 하고 싶었던 스토리를 쓰는 사이에 그런 느낌으로 굳어진 것이 대략적인 흐름입니다. 참고로 팬분들이 자주 말씀하시는데, 공식 사이트의 캐릭터 소개문과 실제 이세리 니나의 성격은 차이가 좀 있죠?

네.

처음에는 저도 공식 사이트의 소개문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며 썼어요. 그런데 캐릭터를 움직이다 보니 점점 변해버린 겁니다. (웃음) 사실 방송 전에 히라야마 씨로부터 “실제 캐릭터와 너무 다르니 소개문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제가 “(본편의) 그 성격 그대로 소개문에 쓰면 아무도 안 볼 거야”라고 말하며 고치지 않았습니다. (웃음)

이 아이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리지널 작품에서 각본 초고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처음 썼을 때의 초기 충동은 거칠 때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재미가 의외로 중요할 때가 많아요. 특히 이번 작품은 기세를 살리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단 화수를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히라야마 씨나 사카이 씨도 제가 그런 식으로 진행한다는 걸 그간의 친분으로 어느 정도 알고 계셨을 거예요. 덕분에 궁금한 점이 있어도 우선은 앞으로 나아가며 만드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앞부분의 화수를 꽤 많이 거슬러 올라가 수정하긴 했죠.

그렇게 수정하기 전에 하나다 씨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당초의 구상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밴드로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우리가 품어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결실을 맺지 않을까…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종반부 화수까지 썼을 때 ‘어쩐지 딱 와닿지 않네’ 싶더라고요. ‘결국 이 아이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건 어떤 의미지?’라고 자문하게 된 거죠. 그건 결코 ‘무도관에 서는 것’ 같은 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걸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걸즈 밴드 크라이》란 이런 이야기라는 윤곽이 보였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바로 그 점일 겁니다.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막연하게나마 그렇게 느낀 게 컸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군요.

좀 더 세부적인 구성 이야기를 하자면, 원래는 제4화 정도에서 에비즈카 토모와 루파가 등장할 예정이었어요. 그럴 계획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니나가 도저히 그 흐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겁니다. “저, 아직 납득 못 했어요!”라고 말하는 식이죠. (웃음) 비유가 아니라 각본을 쓰고 있으면 귓가에서 “저, 밴드 하는 거 아직 납득 안 되는데요!”라고 계속 말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웃음) 그래서 ‘이 녀석, 정말 까다롭네~!’라고 생각하며 만든 게 제5화였습니다. 거기까지 쓰고 나서야 겨우 밴드에 긍정적으로 임해 주었죠. 그렇게 되고 나서 ‘자, 그럼 새로운 멤버를 넣자’라고 한 게 제6화였습니다.


하나다 줏키 (花田十輝)

1969년생. 미야기현 출신.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되기 위해 대학 재학 중 코야마 타카오(小山高生)를 사사했으며, 1992년 《천하무적 묵찌빠(ジャンケンマン)》 제46화 〈묵찌빠 마을의 보물을 찾아라!〉로 각본가 데뷔. 시리즈 구성을 담당한 주요 작품으로 《러브 라이브!(ラブライブ!)》,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 《우주보다 먼 곳(宇宙よりも遠い場所)》 등이 있다.